개인적으로 6월 개최되는 유로 2024에서 우승후보는 프랑스, 독일, 잉글랜드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회가 시작되면 많은 변수들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객관적인 전력이나 선수 스쿼드 면에서 다른 팀에 비해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은 유로 2024 최종 명단 발표를 앞두고 33인의 예비명단을 발표했다. 최종 26인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올 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대거 포진됐다.
유로 2024 C조에 위치해있는 잉글랜드입니다. 유로 2020에서 너무나 뼈 아픈 준우승을 기록한 후 칼을 갈고 다시 나왔습니다. 지난 대회에서 유망주 자리에 있던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만개하며 대표팀에 다시 한번 승선했는데요. 그런데 잉글랜드,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가장 걱정이 많이 되는 팀입니다. 이름값만 보면 각 팀의 에이스들만 쏙쏙 뽑아서 만들어 놓았습니다만 뭔가 경기에 들어서면 하나씩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팬들은 역시나 다시 한 번 '해리 케인 무관의 저주'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 저주가 역대급 스쿼드를 구축한 잉글랜드마저 막아버릴 수도 있겠습니다.
잉글랜드의 전술적 포인트
해리 케인의 이타성
축구팬들이라면 모두 알다시피 케인은 월드클래스 공격수다. 팀,리그 가릴 것 없이 리그 30골 이상을 보장 해 줄 수 있는 뛰어난 공격수로 그의 기량엔 의심이 없지만 큰 경기만 되면 기대 이하인 모습들이 보인다.이유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강팀과 강팀의 대걸에선 상대 수비는 공격수에게 더 집중하고 놓아주지 않는다. 따라서 기회자체가 적을 수 밖에 없는데 박스 안에서 수비와의 경합에서 이겨주고 따돌 릴 수 있어야 몇 번 안되는 기회를 골로 연결 시킬 수 있는 법이다.
해리 케인의 내려오는 플레이는 이러한 점에서 좋지 않다. 케인이 경합이 약한 선수는 아니지만 강점이라고 보기도 어려운데 중앙의 압박이 심하면 아래로 내려와서 풀어주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문제는 큰 경기에선 케인의 풀어주는 플레이가 잘 통하지 않는다. 케인의 플레이메이킹 능력은 어디까지나 공격수 치고 훌륭한거지 메시,네이마르,그리즈만 정도의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 선배 공격수 웨인 루니가 국대만 가면 기대 이하였던 것도 같은 이치다. 따라서 잉글랜드 동료들의 지원을 믿고 최대한 박스 안에서 서식하며 크로스나 패스를 골로 연결 시킬 수 있는 단순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드록바가 큰 경기에 강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주드 벨링엄의 박스 안 침투
레알마드리드에서 4312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며 많은 골들을 연결 시켰지만 아쉽게도 후반기 비니시우스와 나섰을 때는 전반기에 비해 본인의 장점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 전반기 호셀루가 전방에서 수비의 시선을 분산 시켜줬을 때 벨링엄 특유의 뒷공간 침투가 발휘됐는데 케인이 아트서클 밖으로 나오는 플레이가 아닌 박스 안에서 수비를 최대한 잡아 놓는 희생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벨링엄의 장점이 발휘 될 것으로 보인다.
아놀드를 중미로 쓰는건 오만한 전술일 수 있다.
아놀드의 장점은 킥에서 나오는 찬스 메이킹으로 팀에게 많은 전술 이점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풀백과 중미로 나섰을 때의 요구 되는 조율 능력은 차원이 다르며 아놀드는 아직 이 점에서 미숙함을 보인다. 따라서 벨링엄 라이스와는 코비 마이누가 조합상 좋아보이며 마이누는 어린 나이 답지 않게 경기 조율에도 능하고 수 싸움에 유리하게 이곳저곳 보조를 해 줄 수 있는 선수다. 수비력도 더 뛰어나다. 선수 개인의 클래스는 아놀드가 높을지 몰라도 미드필더로는 마이누가 더 적합한 선택으로 보인다.
카일 워커 딜레마
워커의 장점은 피지컬과 스피드에서 나오는 수비력이다. 펩 아래서 뛰고 있는 선수이기에 볼 키핑과 패스도 준수한데 나이가 들어가며 판단력이 안 좋아졌고 그의 약점인 공격력이 더 부각되기 시작했다. 워커는 후방을 탄탄하게 해 줄 수는 있지만 빌드업시나 공격 상황시 팀에 이점을 거의 가져다 주지 못해 전술 다양성을 죽일 수 있다. 벤 화이트가 이런 점에서 워커의 대체자로 적합히다 생각했는데 코치와의 불화로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잉글랜드 선발 라인업
잉글랜드 골키퍼 GK
GK 조던 픽포드(Jordan Pickford)
30세, 에버턴, 23-24시즌 42경기 54실점 14클린시트 PK선방 0/8
잉글랜드 대표팀 61경기
잉글랜드 대표팀 60경기를 뛰어넘은 조던 픽포드입니다. 램스데일과 헨더슨이 함께 차출되었지만 부상 등의 이슈가 없는 한 픽포드가 당연히 넘버원 골키퍼입니다. 에버턴의 부진으로 잉글랜드 주전 골키퍼가 2부 리그에서 뛰는 웃픈 상황이 나올 뻔 했습니다만 픽포드가 그건 안된다며 직접 수많은 슈팅을 선방,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자리도 지켜냈습니다.
잉글랜드 수비수 DF
RB 카일 워커(Kyle Walker)
34세, 맨체스터 시티, 23-24시즌 47경기 5어시스트
잉글랜드 대표팀 83경기 1득점 9어시스트
LB 키어런 트리피어(Kieran Trippier)
33세, 뉴캐슬, 23-24시즌 39경기 1득점 11어시스트
잉글랜드 대표팀 48경기 1골 5어시스트
CB 에즈리 콘사(Ezri Konsa)
26세, 아스톤 빌라, 23-24시즌 50경기 1득점
잉글랜드 대표팀 4경기
CB 존 스톤스(John Stones)
30세, 맨체스터 시티, 23-24시즌 28경기 1득점 2어시스트
잉글랜드 대표팀 72경기 3골 1어시스트
벤 칠웰, 해리 매과이어, 재러드 브랜스웨이트가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습니다. 대신 사우게이트 감독은 현재 부상 회복 막바지 기간에 있는 루크 쇼를 발탁하는 도박을 감행했죠. 해외에서는 쇼가 조별리그 경기는 출전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후 토너먼트에서 돌아올 것 같다고 보도했습니다. 칠웰이 없는 상황에서 트리피어가 좌측 수비수로 나올 것 같고요. 매과이어가 빠진 자리는 덩크나 게히가 채울텐데, 게히가 주전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스톤스와 워커는 사실 익숙한 얼굴이죠.
잉글랜드 미들필더 MF
CDM 데클런 라이스(Declan Rice)
25세, 아스날, 23-24시즌 51경기 7득점 9어시스트
잉글랜드 대표팀 51경기 3골
CM/RB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25세, 리버풀, 23-24시즌 37경기 3득점 9어시스트
잉글랜드 대표팀 25경기 3골 4어시스트
아놀드를 3선으로 올려서 사용하는 잉글랜드인데요. EPL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인 라이스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두 선수 모두 소속팀에서 데드볼 처리를 맡을 정도로 좋은 킥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이고 아놀드가 조금 공격적으로, 라이스가 이 부분을 커버하며 조금 수비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중원 조합을 나쁘지 않은 것 같고요. 갤러거, 마이누, 워튼이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중원에서는 제임스 매디슨이 가장 먼저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는데요. 벨링엄부터 에제나 포든 등 멀티 자원들이 중앙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밀린 것 같습니다.
잉글랜드 공격수 FW
CF/CAM 주드 벨링엄(Jude Bellingham)
20세, 레알 마드리드, 23-24시즌 42경기 23득점 13어시스트
잉글랜드 대표팀 29경기 3골 3어시스트
RW 부카요 사카(Bukayo Saka)
22세, 아스날, 23-24시즌 47경기 20득점 14어시스트
잉글랜드 대표팀 33경기 11골 4어시스트
RW 필 포든(Phil Foden)
24세, 맨체스터 시티, 23-24시즌 53경기 27득점 12어시스트
잉글랜드 대표팀 34경기 4골 8어시스트
ST 해리 케인(Harry Kane)
30세, 바이에른 뮌헨, 23-24시즌 45경기 44득점 12어시스트
잉글랜드 대표팀 91경기 63골 17어시스트
공격진은 정말 행복한 고민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이 워낙 많아 이 중에서 대부분을 벤치에 앉히기도 민망합니다. 케인은 확실한 주전,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이상 벨링엄도 꾸준히 출전할 것 같고요. 이제 넘쳐자는 측면 자원이 고민인데 좌우측 모두 인버티드 윙어를 사용하고 싶다면 고든/에제 - 사카/포든의 조합이 나올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이 아니라면 좌측도 볼 수 있는 포든이 좌측으로 이동하고 우측은 사카에게 맡기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아주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공격수 중에는 그릴리시가 충격 탈락을 했는데요. 오른발잡이 측면 자원이 고든과 에제 밖에 없기 때문에 그릴리시도 나쁘지 않은 옵션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구상에 그릴리시는 없었습니다.
유로 2024 잉글랜드 대표팀 명단 탈락 베스트 11
잉글랜드 유로 명단 탈락 11
래시포드 - 스털링 - 산초
마운트 - 필립스 - 헨더슨
칠웰 - 다이어 - 토모리 - 제임스
닉 포프
유로 2024에 참가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봤을 때 어느 정도 이해가 가면서도 아쉽다는 생각이 함께 공존한다. 먼저 골키퍼 자리에는 뉴캐슬 소속 닉포프 선수가 포함됐다. 닉포프는 시즌 중반 어깨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하며 결국 유로대회까지 참가가 불발됐다. 수비라인에는 빅클럽 못지않은 구성이다. 사이드백은 첼시의 주전 조합이었던 벤 칠웰과 리스 제임스가 위치했고, 센터백 조합은 에릭 다이어(뮌헨)와 피카요 토모리(AC밀란)가 짝을 이뤘다.
칠웰과 제임스는 충분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이상할 게 없지만 올 시즌 계속되는 부상으로 인해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제외됐다. 에릭 다이어는 토트넘에서 뮌헨으로 이적 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다이어를 끝내 외면했다. 미드필더 라인에는 마운트(맨유)와 필립스(웨스트햄) 그리고 헨더슨(아약스)이 3미들을 이뤘다. 마운트는 맨유로 이적 후 잦은 부상으로 인해 자신의 좋았던 시절 폼을 찾지 못하며 제외됐다.
필립스는 맨시티에서 경기 출전을 위해 웨스트햄으로 임대 이적했지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대표팀과도 멀어졌다. 사우디 생활에 불만을 느끼며 아약스로 이적하며 유럽에 복귀한 조던 헨더슨 역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번 명단에서 공격진이 가장 아쉬워 보이지 않나 생각된다. 공격진에는 래시포드(맨유), 스털링(첼시), 산초(도르트문트)가 3톱을 이뤘다. 한때 잉글랜드 대표팀 공격의 핵심이던 스털링은 첼시에서 주전 경쟁에 밀려나며 대표팀과 멀어졌다.
맨유의 새로운 에이스로 거듭났던 래시포드는 맨유의 부진과 함께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하며 결국 유로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산초 역시 맨유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후 도르트문트로 이적해 빠르게 자신의 폼을 끌어올리며 팀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끌었지만 명단에 제외되며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1명 대부분의 선수들이 한때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한자리씩 차지하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고 젊고 새로운 선수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기에 조금이라도 도태되는 순간 밀려나는 경쟁 세계는 정말 잔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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